시도: 혼술러의 로망, 이자카야를 편의점으로 재현해보기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꿈꿔봤을 것이다.
작은 이자카야 바에 앉아, 잔잔한 음악과 함께 야끼토리, 계란말이, 오뎅국 한 입에 사케 한 잔.
하지만 현실은 바쁘고 피곤한 직장인의 퇴근길. 이자카야에 가자니 지갑이 얇고, 집에서 뭔가 제대로 차려먹자니 귀찮다.
그래서 시작한 실험:
“편의점 재료만으로 집에서 이자카야 느낌을 낼 수 있을까?”
편의점은 그야말로 ‘구색 맞추기의 천국’이다.
닭꼬치, 오뎅탕, 간단한 전, 달걀, 김, 맥주, 와인, 심지어 디저트까지.
모두 조리 최소, 구성 최대.
이 조합이 된다면, 이건 ‘혼술러’에게 하나의 혁명이 아닐까.
구성: 이자카야 메뉴 4종, 편의점 재료로 도전!
이번 실험의 기준은 아래와 같다.
재료는 편의점 제품만 사용
전자레인지 또는 끓이기만 허용 (프라이팬 금지)
총 예산은 10,000원 이내
실제 이자카야 느낌을 살릴 수 있는 메뉴 구성
🔹 1. 닭꼬치 야끼토리 풍
재료: 닭꼬치(냉동 코너), 간장소스, 파
조리: 전자레인지 해동 후 간장소스를 살짝 발라 재가열
평: 의외로 비주얼 괜찮다. 불향은 부족하지만, 간장소스와 파 조합으로 ‘야끼토리 느낌’은 충분히 남.
🔹 2. 계란말이 (다마고야끼 스타일)
재료: 편의점 계란말이 팩, 설탕·간장 약간 (집에 있는 양념 허용)
조리: 전자레인지에 살짝 데운 후 간장 몇 방울 + 설탕 한 꼬집
평: 편의점 계란말이도 달달한 일본식 간장 소스 한 방울이면 감성 급상승.
젓가락으로 먹는 순간 기분이 달라진다.
🔹 3. 오뎅탕(오뎅바 스타일)
재료: 어묵탕 컵제품 (CJ제일제당 오뎅국 등), 파
조리: 끓는 물 부어 3분, 파 송송 썰어 넣기
평: 국물 온도와 파 향만으로 훌륭한 따뜻함이 생긴다.
맥주보단 사케가 어울릴 것 같은 정취.
🔹 4. 감자샐러드 & 콘마요
재료: 감자샐러드팩, 옥수수캔, 마요네즈
조리: 감자샐러드 위에 콘과 마요를 얹고 살짝 데움
평: 숟가락으로 뜨는 순간, 이건 완전히 ‘술안주’. 따뜻한 감자와 마요는 은근한 중독성을 자극한다.
💬 보너스: 캔맥주 대신 작은 병맥(330ml)과 잔 세트로 분위기를 업그레이드.
초저녁 혼자 마시는 맥주 한 잔, 조명만 어둡게 해도 감성은 충분했다.
결과: 퀄리티보다 중요한 건 연출과 여유
총 소요 금액은 약 9,500원.
한 번의 세트 구성이 아니라 두 끼 정도 즐길 수 있는 양이었다.
편의점에서 구성한 ‘이자카야 플레이팅’은 물론 정통 스타일과는 다르지만,
혼자만의 공간에서 분위기를 전환하기엔 충분한 만족감을 주었다.
실험을 마치며 느낀 점은 단 하나.
맛보다 더 중요한 건 ‘기분’과 ‘연출’이다.
우리가 술집을 찾는 이유는 단지 ‘음식’ 때문만은 아니다.
누군가는 사람과의 시간 때문이고, 누군가는 조명과 음악, 분위기 때문이다.
그 요소들 중 일부는 집에서도 충분히 구현할 수 있다.
편의점 음식이 ‘무드’만 더해지면
그 자체로 작은 바, 작은 식당, 작은 위로가 된다.
특히 혼자 있는 시간에 자기만의 스타일을 만들고 싶다면,
이런 ‘음식점 따라잡기’ 실험은 작은 힐링 프로젝트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마무리: 다음엔 뭘 따라잡아볼까?
이 실험을 계기로 나는 다음엔
‘분식집 따라잡기’, ‘한식 백반집 따라잡기’, ‘브런치카페 따라잡기’ 같은 테마로 편의점 요리놀이를 이어가고 싶어졌다.
편의점은 이제 단순한 식품점이 아니라,
상상력을 담는 작은 부엌이자 무드 실험실이 된다.
마트에 가기엔 귀찮고, 배달은 부담스러울 때.
한 번쯤 자신만의 음식점 콘셉트를 정해서
편의점에서 작은 한 끼의 여정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그 한 끼는 분명, 그냥 먹는 밥과는 다른 기억으로 남게 될 것이다.